빵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의 연속이죠.
분주하게 재료를 준비해 매 공정마다 심혈을 기울여도 어느 단계에서건 반죽은 아주 망가지기 쉽습니다.
구웠다고 안심할 건 아니죠. 잘 익히는 것조차도 재능의 영역처럼 느껴지고 어쩌다 나온 결과물의 맛이 형편없는 경우도 다반사니까요.

그러니깐, 그런 지지 부진한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도하는 사람이 누구이건 반죽에서 빵이라는 다음 차원의 결과물을 도출 시켜주면서 유명 매장의 것들과 비슷한 맛을 내게 해주는 그런 만족스런 종류의 지혜와 가르침 그리고 레시피를 담은 책일 겁니다.
이 책은 베이커가 속으로 화를 삭이며 다음번을 기약하는 바로 그 때 펼쳐보기 아주 괜찮습니다.
책 속에는 긴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그 맛이 증명된, 탄탄한 구조와 높은 완성도를 보장하는 효창동 우스 블랑의 업장 레시피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말할 수 있겠죠. 지난번에 그건 내가 잘 못한 게 아니고 레시피가 잘 못된 거라고요.

책의 큰 뼈대는 이렇습니다. 효창동 우스 블랑 매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네 가지 기본 빵의 반죽을 배우고 그 반죽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베리에이션 빵과 식사빵을 배우는 방식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정말 시기적절한 책입니다. 인건비와 재료비 각종 공과금은 턱없이 치솟는데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여러 제품이 진열된 빵집으로 향합니다.
다양성과 효율성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일까요? 책을 통해 현장 경험이 적은 1인 매장 혹은 중소규모 매장에서도 효율적으로 제품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같은 반죽이라도 빵의 크기 충전물 혹은 토핑에 따라 다른 식감과 맛을 내고 그것이 제품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것은 한 반죽에서 파생됐음에도 제품 각각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곳에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겉모습만 조금 변형된 하나의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하나의 반죽이 여러 제품으로 파생될 때 오히려 더 깊은 미식 연구가 필요합니다. 책 속에는 수 많은 테스트를 통해 조합해 낸 우스블랑 인기 레시피가 담겨있습니다.
또 이를 기초로 독자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맛이 담긴 개성 있는 제품을 개발 할 수 있겠습니다.

가정에서 빵을 만드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합니다. 반죽기 최소 용량 때문에 한 가지 빵을 넘쳐나게 만들어야 했던 홈 베이커들도 맛과 퀄리티가 보장된 다양한 빵을 시도할 수 있고 냉장고를 이용한 저온 발효 방법을 통해 풍미 깊은 빵을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책은 자세한 공정 과정을 기술하기 전에 재료와 개요를 보여줍니다. 경험 많은 베이커라면 개요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제품을 만들 수 있을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초보자라면 뒤따라 나오는 스텝 바이 스텝 설명과 사진을 통해 상세한 지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난해한 부분이 없기에 초심자 역시 몇 번 읽는 것만으로 윤곽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디테일한 체크를 요하는 부분은 따로 첨부 설명되어 있고, 제품에 들어가는 속 재료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경우 그 제조 과정 역시 보여줍니다. 1회 제작 분량이 턱없이 적거나 많지 않고 적당해 레시피 그대로 연습해 본 뒤 필요에 따라 분량을 조절하면 되겠습니다. 맛을 좌우하는 주요 시판 제품의 경우 마치 클래스에서 배우는 것 처럼 브랜드까지 공개되어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는 식사 대체 메뉴인 샌드위치와 수프, 키슈 등을 다룹니다. 여기에선 조합되는 재료들의 풍미를 최대치로 이끌면서 서로 간의 밸런스와 식감을 조화롭게 조율하는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빵 굽는 시간, 바르는 소스 양의 변화같이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마지막 파트에선 우스블랑의 몽블랑과 애플파이 그리고 사계절 판매되는 갈레트를 위한 페이스트리 반죽과 파이 반죽을 배울수 있습니다.

Last but not Least
책 속 적당한 스토리텔링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만들어 줍니다. 언제부턴가 제빵업계는 무적 단조롭고 획일적인 시장으로 변했습니다. 유행 제품의 쏠림 현상이 심해졌고 그래서 자신만의 레시피와 철학을 가진 곳을 만나기 어려워졌지요. 그런 세태 가운데 기존 제품의 완성도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레시피를 수정해 가는 셰프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직하게 자신의 철학을 추구하며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래서 천직이라는 말이 생겨났음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빵을 만드는 일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가졌기에 본인이 가진 지식을 나누는 데 있어 책임의식이 있었겠지요. 이 책의 진정성은 그런 것에서부터 나옵니다. 빵을 좋아하고 빵 만들기를 즐기시는 다른 분들도 그 마음을 더불어 느껴보셨으면 합니다.